WGGF2025

 

철강도시에서 녹색도시 전환 꿈꾼다[기고/최재철]

등록일 2025-05-21

매체명 동아일보

조회수 156

 

최재철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지구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중병을 앓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극단적인 이상기후, 가뭄, 폭우, 초대형 산불 등은 우리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한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과 2015년 파리협정 채택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세계 각국은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고탄소 산업의 배출량을 줄이고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당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전기차·이차전지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중단했으며, 고율 관세 등을 통해 자국 산업 보호 조치를 강화해왔다. 이제 세계는 탄소중립, 산업 경쟁력,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하며 다가올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북 포항시는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세계녹색성장포럼(WGGF)을 14∼15일 개최했다.

 

제철 산업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해온 포항은 탄소중립이라는 대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저탄소·친환경 철강 기술 확보 등 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동시에 이차전지, 수소 등 친환경 산업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또한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축구장 107개 규모에 달하는 76만 ㎡의 녹지 공간을 확충했다. 주요 도시숲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등록돼 포항을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철강과 이차전지는 지역의 주력 산업을 넘어 국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EU의 CBAM과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공급망 실사지침(CS3D) 등 새로운 규제에 직면해 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7%를 차지하는 철강 산업은 배출량을 과감히 줄여야 환경 지속성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하나의 해법이지만, 수십조 원대의 투자가 필요해 기업과 지자체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차전지 산업도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은 기술 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친환경 신산업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혁신 기술 개발과 제도 정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절실하다.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철강·이차전지 산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철강 도시에서 녹색 도시로의 전환을 꿈꾸는 포항의 담대한 여정이 주목받는 이유다. 포항의 철강 산업이 한국 산업화의 역사를 썼듯, 녹색성장 또한 새로운 역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문 출처 : 철강도시에서 녹색도시 전환 꿈꾼다[기고/최재철] | 최재철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202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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